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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주도 성장 플레이북

스타트업의 성패는 제품의 완성도가 아닌, 창업자가 성장의 핵심 레버를 직접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페이팔 출신의 성장 전문가 맷 러너(Matt Lerner)가 제시하는 '창업자 주도 성장(Founder-Led Growth)'의 핵심 원리와 성장을 방해하는 세 가지 함정, 그리고 효율적인 성장 레버를 찾는 전략적 프레임워크를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피치보드 편집팀·2026-05-08·조회 7
창업자 주도 성장 플레이북

스타트업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 창업자 주도 성장

많은 스타트업이 제품-시장 적합성(PMF)의 부재, 공동 창업자 간의 갈등, 혹은 경영 능력의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실패를 경험합니다. 하지만 성장 전문가인 맷 러너(Matt Lerner)는 이러한 표면적인 이유 너머에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전 페이팔(PayPal)의 B2B 성장 리드이자 스타트업 성장 가속기 SYSTM의 공동 창업자로서, 수많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한 가지 일관된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러너의 관점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실패는 거의 항상 창업자가 성장에 접근하는 방식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는 VC이자 어드바이저로서 수백 명의 창업자를 컨설팅하며 '창업자 주도 성장(Founder-led growth)'이라는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창업자가 모든 일을 다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비즈니스가 어떤 경로로 확장될지를 결정하는 핵심 메커니즘을 창업자가 직접 설계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Superhuman의 창립 멤버이자 성장 어드바이저인 가우라브 보라(Gaurav Vohra)의 주장과도 궤를 같이합니다. 그는 창업 팀 내에 성장을 전담할 인력을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창업자가 성장의 문법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결국 비즈니스의 엔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그 엔진을 처음 만든 창업자의 몫입니다.

스타트업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 창업자 주도 성장

성장을 전문가에게 조기에 위임할 때 발생하는 위험

초기 단계의 창업자들은 흔히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성장을 담당할 전문 인력을 조기에 채용하려는 유혹에 빠집니다. 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하거나 초기 영업 미팅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정작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라는 채널 전략에 대해서는 실무적인 접근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러너는 바로 이 지점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성장의 동력을 잃는다고 경고합니다.

창업자는 성장을 즉시 위임할 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비즈니스를 전진시키는 결정적인 동력이 무엇인지 찾아낼 때까지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문제에 몰입하는 과정은 훌륭한 창업자의 DNA에 새겨진 필수적인 특성입니다. 이 과정을 건너뛰고 전문가에게 성장을 맡기는 것은, 비즈니스의 핵심 맥락을 놓친 채 껍데기만 관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러너는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고객 발견 인터뷰의 핵심인 '언어-시장 적합성(language-market fit)' 가이드부터, 야심 찬 팀을 위한 실질적 프레임워크를 담은 저서 'Growth Levers and How to Find Them'을 집필했습니다. 그는 창업자들이 스스로 성장을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성장이 운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교한 프로세스의 결과물임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성장을 전문가에게 조기에 위임할 때 발생하는 위험

성장의 발목을 잡는 창업자의 세 가지 전형적인 유형

과도한 분석으로 실행을 늦추는 '오버싱커(Overthinkers)'

첫 번째 유형은 모든 것을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세팅하려는 '오버싱커'들입니다. 이들은 하루 종일 전략을 짜고, 똑똑한 사람들과 토론하며, 방대한 양의 시장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실행'이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정교한 전략이라도 시장의 실제 반응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공상에 불과합니다.

러너는 이러한 유형의 끝이 어떠할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말합니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느라 시장에 진입할 타이밍을 놓치거나, 실행을 통해 얻어야 할 귀중한 피드백을 이론적 가설로 대체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 방향으로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시장 목소리 없이 제품만 만드는 '언더싱커(Underthinkers)'

두 번째는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드는' 것에만 몰두하는 '언더싱커' 유형입니다. 이들은 시장에 대한 깊은 통찰이나 고객의 목소리보다는 제품의 기능 구현 자체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이 성장을 보장한다고 믿는 이들은, 고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지 않는 기능을 추가하는 실수를 반복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제품의 복잡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코드 베이스의 유지보수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결국 팀의 전체적인 속도를 늦추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시장의 요구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능만 늘려가는 것은 성장이 아니라, 기술적 부채를 쌓아 올리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맥락 없는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채용 후 위임형(Hire-and-delegaters)'

마지막 유형은 대기업 출신의 시니어 전문가를 채용하여 모든 기능을 맡기려는 '채용 후 위임형'입니다. 이들은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직면한 특수한 맥락을 간과합니다. 외부 전문가들은 회사 전체의 비전보다는 자신의 직무 관점에서만 사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창업자가 성장의 모든 맥락을 쥐고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가 가져오는 데이터와 전략이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와 일치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오직 창업자만이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맥락이 결여된 위임은 성장의 방향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조직의 규모에 따른 역할의 변화와 학습의 우선순위

물론 러너가 지적한 세 가지 유형이 비즈니스가 규모를 갖춘 단계에서도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규모가 큰 비즈니스에는 앞서 나가는 전략가(오버싱커의 강점), 실행가(언더싱커의 강점), 그리고 인재를 관리하고 위임할 수 있는 리더(위임형의 강점)가 모두 필요합니다. 즉, 각 유형의 강점은 조직의 성숙도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학습의 속도'입니다. 전략을 짜고, 사람을 채용하고, 업무를 위임하는 방식은 조직을 운영하는 데는 좋은 방법일지 모르나, 초기 단계에서 시장을 학습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느린 방법입니다. 스타트업이 무엇보다 먼저 갖춰야 할 태도는 규모를 키우는 시스템이 아니라, 겸손하고 개방적인 자세로 실험하며 빠르게 배우려는 자세입니다.

따라서 창업자는 성장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앞서, 직접 시장과 부딪히며 무엇이 작동하고 무엇이 작동하지 않는지를 파악하는 '학습 엔진'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이 학습의 과정이 생략된 채 진행되는 채용과 위임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단순한 노력을 넘어 '성장 레버'를 찾아내는 전략

러너는 창업자들이 성장의 길목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아이디어와 프레임워크에 압도당하지 않기를 권고합니다. 대신 그는 하나의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라고 조언합니다. '만약 이 방법이 효과가 있다면, 과연 얼마나 커질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개선(Optimization)과 폭발적 성장(Scaling)을 구분하는 기준이 됩니다.

또한, 우선순위를 정할 때 단순히 '투입되는 노력'을 고려해서는 안 됩니다. 페이팔의 폭발적인 성장은 단 몇 가지 요소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은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도 했고, 성과가 없는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낭비하기도 했습니다. 즉, 큰 성장을 가져오는 레버는 종종 수많은 시행착오와 불편함을 동반합니다.

따라서 창업자는 '노력 대비 효율'이 아니라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당장 실행하기 어렵고 불편해 보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성공했을 때 가져올 파급력이 크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아야 할 '성장 레버'입니다. 큰 레버는 명확하게 눈에 띄지 않지만,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반드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학습 속도가 곧 생존이다

한국의 스타트업 환경은 자본과 인재의 수급이 비교적 빠르지만, 그만큼 '전문가 채용을 통한 빠른 성장'에 대한 환상도 강합니다. 많은 창업자가 팀의 규모를 키우고 세련된 조직 구조를 갖추는 것을 성장의 지표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러너의 조언처럼, 초기 단계에서 창업자가 성장의 맥락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다면 조직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됩니다.

특히 한국 시장은 고객의 피드백이 매우 빠르고 트렌드 변화가 극심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정교한 전략을 짜는 시간보다, 빠르게 가설을 세우고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는 '실험의 반복'이 훨씬 중요합니다. 창업자가 직접 고객을 만나 언어-시장 적합성(Language-Market Fit)을 확인하고, 어떤 채널이 진짜 레버인지 몸소 깨닫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결국 스타트업의 생존은 얼마나 많은 인력을 보유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여 성장 레버를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성장을 전문가에게 미루지 마십시오. 창업자가 직접 성장의 엔진을 설계하고 검증할 때, 비로소 비즈니스는 통제 가능한 성장의 궤도에 올라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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