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담당자를 채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창업자 주도 성장(Founder-Led Growth) 플레이북을 실행하라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성장의 책임을 전문가에게 조기에 위임하려다 실패합니다. PayPal 출신 그로스 전문가 맷 러너는 창업자가 직접 '성장 레버'를 찾아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본 글에서는 창업자가 빠지기 쉬운 세 가지 함정과 고객의 동기를 파악해 성장을 가속하는 3단계 프로세스, 그리고 실제 성공 사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제시합니다.

창업자가 성장의 핵심 엔진이 되어야 하는 이유
스타트업의 여정은 수많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입니다.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찾지 못하거나, 공동 창업자 간의 신뢰가 무너지거나, 혹은 경영 역량의 부족으로 인해 수많은 기업이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하지만 PayPal의 B2B 그로스 리드를 역임하고 현재 SYSTM의 공동 창업자로 활동 중인 맷 러너(Matt Runner)는 조금 더 근본적인 실패 원인에 주목합니다.
러너는 '거의 모든 스타트업의 실패는 창업자의 성장 접근 방식과 관련이 있다'라고 단언합니다. 많은 창업자가 제품 개발이나 초기 영업 미팅에는 직접 뛰어들며 헌신하지만, 정작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성장 채널'에 대해서는 실무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성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채 운영의 효율성만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초기 단계의 창업자들은 흔히 업무 과부하를 해결하기 위해 그로스 전문가를 채용하고 싶어 하는 유혹에 빠집니다. 하지만 러너는 '결국 비즈니스가 어떻게 성장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창업자 본인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성장은 단순히 마케팅 예산을 투입하는 과정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가 고객에게 전달되는 경로를 설계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창업자는 성장을 곧바로 타인에게 위임할 여유가 없습니다. 무엇이 비즈니스를 전진시키는지, 어떤 지점에서 고객이 이탈하는지를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알아내는 과정은 훌륭한 창업자들의 DNA에 새겨진 필수적인 특성입니다. 이 시행착오의 과정이 생략된 채 채용된 전문가는 비즈니스의 맥락을 놓치기 쉽습니다.

성장을 가로막는 창업자의 세 가지 치명적 오류
전략을 세우고, 인재를 채용하고, 업무를 위임하는 것은 성숙한 조직의 운영 방식입니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게 이러한 방식은 학습 속도를 지나치게 늦추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창업자는 위임하기 전에 반드시 직접 실행하며 학습하는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전략에만 매몰된 '과도하게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함정은 '과도하게 생각하는 사람(Overthinkers)'입니다. 이들은 하루 종일 똑똑한 동료들과 모여 토론하고, 정교한 이론을 세우며, 완벽한 전략을 짜는 데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이론이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검증하기 위한 '실행'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전략은 실행을 통해 검증될 때만 의미를 갖습니다.
본질을 놓치는 '너무 적게 생각하는 사람'
두 번째는 '너무 적게 생각하는 사람(Underthinkers)'입니다. 이들은 '일단 만들기만 하면 고객이 올 것'이라는 단순한 철학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데만 급급합니다. 이는 제품의 복잡성만 높이고, 코드 베이스와 유지보수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맥락을 상실한 '채용 후 위임하는 사람'
세 번째는 '채용 후 위임하는 사람(Hire-and-delegaters)'입니다. 주로 대기업의 시니어 역할에서 스타트업으로 넘어온 창업자들이 이 범주에 속합니다. 이들은 전문가를 채용해 모든 기능을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믿지만, 문제는 이 외부 전문가들이 비즈니스의 미묘한 맥락과 초기 단계의 생존 전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전략과 실행 사이의 간극은 결국 조직의 혼란으로 이어집니다.

비즈니스 성장을 가속하는 3단계 레버 발굴 프로세스
1단계: 데이터 기반의 고객 여정 매핑
성장의 첫걸음은 고객이 우리 제품을 경험하는 전체 경로를 시각화하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어느 지점에서 이탈하는지, 즉 병목 구간(Bottleneck)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때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북극성 지표(North Star metric)'를 설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이탈률을 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고객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각 행동 지점인 '핵심 동인(key drivers)'을 정확히 짚어내야 합니다. 이후 '제약 이론(theory of constraints)'을 적용하여 전체 프로세스의 처리량을 제한하는 가장 좁은 지점을 찾아내십시오. 그 지점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성장 전략이 됩니다.
2단계: 고객의 심리와 동기에 대한 심층 분석
데이터는 '무엇이' 일어나는지는 알려주지만, '왜' 일어나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JTBD(Jobs to be Done) 이론을 활용해 고객 인터뷰를 진행해야 합니다. 고객이 제품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과업이 무엇인지, 어떤 동기가 행동을 유도하거나 저해하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러너는 '마인드셋 퍼널(mindset funnel)' 개념을 제안합니다. 이는 각 단계에서 고객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어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본인의 언어로 무엇을 구매했는지 말씀해 주세요', '그것이 무엇을 가능하게 해주나요?', '왜 이 목표가 당신에게 중요한가요?', '이 결과에 대해 관심을 갖는 다른 사람은 누구인가요?'
3단계: 신속하고 반복적인 실험 실행
병목 구간과 고객의 동기를 파악했다면, 이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정 '레버'를 설계하여 테스트해야 합니다. 실험의 핵심은 속도와 반복입니다. 실험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분석한 뒤 다시 개선하는 루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 병목 구간에 집중하되, 시장의 반응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태도입니다. 창업자는 매주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의 키를 조종하듯,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실험의 방향을 미세하게 조정해 나가야 합니다.
작은 변화로 거대한 전환을 만든 실제 성공 사례
이론이 실제 비즈니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성공 사례를 통해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사진첩 앱인 Popsa는 고객 여정을 분석하여 메시징의 힘을 증명했습니다. 기존의 모호한 태그라인인 '빠르고 쉬운 사진첩'을 '5분 만에 만드는 사진첩'이라는 구체적인 가치 제안으로 수정했고, 그 결과 하룻밤 사이에 설치 전환율을 4배나 높였습니다.
Sonic Jobs는 고객의 활성화(Activation) 단계를 개선하기 위해 환영 이메일을 개편했습니다. 단순히 인사말을 건네는 대신, '아마존 드라이버'와 같이 사용자가 즉시 관심을 가질만한 특정 직무로 연결되는 15개의 링크를 업데이트했습니다. 이 작은 디테일의 변화는 활성화율을 두 배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습니다.
어린이 교육 앱인 Smart Tales는 고객의 심리적 동기를 정확히 공략했습니다. 그들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태블릿을 보여줄 때 느끼는 '죄책감'에 주목했습니다. '죄책감 없는 아이패드 사용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광고, 앱 스토어 등록 정보, 결제창 이전의 모든 콘텐츠를 개편했고, 이는 전환율 65% 증가라는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성장을 조직 전체의 문화로 내재화하는 방법
우선순위 결정의 새로운 기준
많은 팀이 우선순위를 정할 때 '투입되는 노력(effort)'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접근입니다. 큰 성장을 가져올 레버는 때로 많은 노력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얼마나 힘든 작업인가를 따지기보다, 그 작업을 수행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얼마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성장 레버는 처음부터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3단계 프로세스를 성실히 수행할 때 비로소 보이지 않던 레버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그로스 플레이어가 되는 법
성장을 특정 팀의 업무로 한정 짓지 마십시오. 성장을 확장하려면 모든 직원의 직무 기술서(JD)에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해야 합니다. 북극성 지표를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각 구성원이 자신의 일상적인 업무가 이 지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업무를 통해 북극성 지표에 더 큰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고, 이를 분기별 목표(OKR 등)에 반영하십시오. 성장은 조직의 문화가 될 때 비로소 폭발적인 동력을 얻습니다.
그로스 전문가 채용보다 선행되어야 할 과제
결론적으로, 적절한 채용 시점은 '성장 레버를 명확히 파악한 후'입니다. 많은 창업자가 범하는 오류는 제품이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길거리의 전문가를 채용해 성장을 해결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첫 번째 제품을 만들기 전에 제품 책임자(Head of Product)를 채용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모순입니다.
최고의 그로스 인재는 반드시 마케팅이나 제품 경험이 화려한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은 뛰어난 실행력을 갖춘 전직 과학자일 수도 있고, 데이터 분석 능력이 탁월한 운영 전문가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비즈니스의 핵심 레버를 이해하고 이를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느냐입니다.
때로는 여러분의 첫 번째 그로스 담당자가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가가 아니라, 이미 팀 내에서 비즈니스의 맥락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핵심 팀원일 수도 있습니다. 창업자가 먼저 성장의 원리를 깨닫고 레버를 찾아낸 뒤에야, 비로소 그 레버를 더 크게 당겨줄 적임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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