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쿼이아의 전망: 2026년, '롱 호라이즌 에이전트'가 실질적 AGI 시대를 연다
세쿼이아 캐피털의 전망을 바탕으로, AGI의 정의가 단순 지식 보유에서 '실행 능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분석합니다. 2026년 '롱 호라이즌 에이전트'가 가져올 생산성의 혁명과, '말하는 AI'에서 '일하는 AI'로 전환되는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AGI의 패러다임 전환: '지식의 축적'에서 '문제 해결의 실행'으로
과거 인공지능 연구자들에게 AGI(인공 일반 지능)는 마치 잡히지 않는 신기루와 같았습니다. AGI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의 의견은 분분했으며, 대다수는 '기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곤 했습니다. 당시의 논의는 주로 AI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혹은 얼마나 인간과 유사한 언어를 구사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AGI의 실체는 더 이상 철학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습니다. 최근의 흐름은 AGI를 '무엇을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가'라는 실행력의 관점에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방대한 지식을 단순히 인출하는 능력을 넘어,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능력이 AGI를 판가름하는 핵심 척도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롱 호라이즌 에이전트(Long-horizon agents)'가 있습니다. 복잡하고 긴 호흡의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이 에이전트들은 단순한 챗봇의 단계를 넘어, 2026년을 기점으로 실질적인 AGI 시대를 여는 주인공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제 우리는 AI가 '말하는 존재'에서 '행동하는 존재'로 진화하는 역사적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실질적 AGI를 완성하는 세 가지 기술적 임계점
지식, 추론, 그리고 반복의 결합
AGI라는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사전 학습(Pre-training)을 통한 기초 지식의 확보입니다. 이는 2022년 ChatGPT의 등장이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던 시기로, AI가 인류가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놀라운 수준의 지식 베이스를 구축했음을 증명한 단계였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학습된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사고를 전개하는 추론 능력(Inference-time compute)의 확보입니다. 2024년 말 OpenAI의 o1 모델이 등장하면서 이 단계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모델이 단순히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것을 넘어, 답변을 내놓기 전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복잡한 수학적, 논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스스로 오류를 수정하며 나아가는 반복 능력(Iteration)입니다. 최근 Claude Code와 같은 코딩 에이전트들이 보여주는 행보가 바로 이 임계점을 돌파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에이전트가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해보고, 에러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분석하여 다시 수정하는 일련의 루프를 스스로 수행할 때, 비로소 우리는 AGI의 실체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됩니다.

모호한 명령을 구체적 결과로 바꾸는 에이전트의 작동 메커니즘
에이전트의 진정한 가치는 인간이 내리는 '모호한 명령'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체화하여 완수하느냐에서 드러납니다. 일반적인 검색 엔진이나 챗봇은 사용자가 입력한 키워드에 기반해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만, 롱 호라이즌 에이전트는 명령 이면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실행 가능한 하위 과업(Sub-tasks)으로 분해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역량을 갖춘 채용 담당자를 찾아달라'는 모호한 명령을 내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기존의 AI라면 링크드인 프로필을 검색하여 리스트를 보여주는 수준에서 멈췄을 것입니다. 하지만 고도화된 에이전트는 다릅니다. 에이전트는 후보자의 유튜브 강연을 분석하여 실제 전달력을 검증하고, 트위터(X)에서의 평판과 반응을 교차 검증하며, 해당 인물이 업계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이 과정에서 에이전트는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며, 만약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면 경로를 수정하는 유연함을 보여줍니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복잡한 탐색과 분석 과정이 단 31분 만에 완료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단순한 정보 검색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METR 데이터가 보여주는 기하급수적 성능 성장 곡선
에이전트의 발전 속도는 선형적이지 않습니다. METR(Model Evaluation and Threat Research)의 데이터에 따르면, 롱 호라이즌 태스크를 수행하는 AI의 능력은 약 7개월마다 두 배씩 성장하는 기하급수적인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속도는 기술적 진보가 단순히 점진적인 개선이 아니라, 폭발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기하급수적인 곡선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해 보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8년에는 AI가 인간 전문가의 하루 치 업무량을 완벽히 수행할 수 있게 되며, 2034년에는 인간이 1년 동안 처리하는 업무량을 단숨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게 됩니다.
더욱 경이로운 예측은 2037년에 등장합니다. 이때의 AI는 인간이 100년 동안 수행해야 할 방대한 분량의 과업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단순히 생산성이 높아지는 수준을 넘어, 인류의 경제 구조와 노동의 개념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것임을 예고하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2026년 이후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Talkers'에서 'Doers'로
사용자의 역할 변화와 새로운 가치 창출
2023년과 2024년을 지배했던 AI 애플리케이션의 핵심은 '대화'였습니다. 이들은 인간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데 능숙한 'Talkers'였지만, 그 영향력은 대화의 즐거움이나 정보 전달이라는 제한적인 범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6년 이후의 AI는 다릅니다. 이들은 동료처럼 실제로 업무를 완수하는 'Doers'의 시대를 열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사용자의 역할 또한 근본적으로 변화시킵니다. 과거의 사용자가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질문자'였다면, 미래의 사용자는 여러 명의 AI 에이전트를 지휘하고 관리하며 최종 결과물을 검토하는 '매니저(Manager)'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개별 작업은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인간은 전략적 의사결정과 방향 설정에 집중하는 구조로 변모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AI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 또한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AI 서비스가 매력적인 인터페이스나 편리한 대화 경험을 판매했다면, 앞으로의 승자는 실제 '결과물(Work)' 그 자체를 판매하는 모델을 구축하게 될 것입니다. 즉,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비용'이 아니라 '업무를 완수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시대로 진입하게 됩니다.
한국 스타트업과 프로덕트 팀이 주목해야 할 전략적 방향
다가오는 에이전트 시대에 한국의 AI 스타트업과 프로덕트 팀들이 생존하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략의 우선순위를 완전히 재설정해야 합니다. 이제 비즈니스의 초점은 '얼마나 자연스럽게 대화하는가'라는 사용자 경험(UX)의 영역에서 '얼마나 복잡한 워크플로우를 끝까지 완수하는가'라는 실행력의 영역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단순히 챗봇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할 수 없습니다. 특정 직무(예: 법률, 회계, 인사, 마케팅 등)의 업무 프로세스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하위 과업을 에이전트가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버티컬 에이전트(Vertical Agent)'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결국 향후 AI 시장의 승패는 에이전트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 즉 '호라이즌(Horizon)'을 얼마나 확장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단발성 작업이 아닌, 긴 호흡의 복잡한 업무를 얼마나 높은 신뢰도로 완수할 수 있는지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지금 바로 우리 프로덕트가 '말하는 도구'인지, 아니면 '일하는 동료'인지를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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